(기도 돈본철) 기아의 대패를 기원하며

푸른 잔디 위에 바람이 돈다
강철 같은 방망이가 번쩍일 때
하늘은 붉게 물들고
관중석의 파도는 높이 이는구나
어제의 패배는 흙먼지에 묻고
오늘은 더 깊이 패하길 바라노라
단 하나의 안타도 허락되지 않고
투수의 손끝은 매섭게 흔들리기를
땅을 친다, 벤치는 고요하다
응원의 함성은 차갑게 식고
기록지에는 끝없는 0의 행렬
마침내 무너진다, 붉은 깃발 아래
승리의 바람은 저 멀리 사라지고
허망한 얼굴들만 잔상처럼 남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