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뵹철) 라면에 파를 넣는다

물이 끓어오르면 면을 풀고
노란 국물이 춤을 추기 시작할 때
마지막으로 쓱—
파 한 줌을 뿌린다
초록빛 조각들이 흩어지며
국물 속에 작은 바람이 인다
뜨거운 김 사이로 번지는 향기
라면은 이제야 제 맛을 찾는다
아삭한 식감, 은은한 단맛
파 한 줄기에 깊어지는 국물
보글보글 끓어오르던 허기가
한 젓가락에 스르르 풀어진다
라면에 파를 넣는다는 것
그건 단순한 조리가 아니라
완성을 위한 마지막 주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