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본철) 불행을 물귀신처럼 퍼뜨리는 자

내 불행을 가슴에 품고
이제 그 짐을 남에게 넘기려 한다.
나의 고통을 다른 이들에게 전하고,
그들의 발목을 잡아 끌어내리려 한다.
내 어둠 속에서 헤매며
빛을 찾지 못한 채,
그 불행의 그림자를 따라가며
더 많은 이들의 세상도 어둡게 만들려 한다.
물귀신처럼,
내가 빠져나갈 수 없으면
함께 빠져들게 하려는 마음.
내가 삼켜버린 아픔을 그들에게도
억지로 삼켜버리게 하려 한다.
그러나 그 길 끝에는
더 깊은 어둠만 있을 뿐.
내가 끌어내린 그들이
나보다 더 많은 고통을 겪게 된다면
그것이 나를 위로할 수 있을까?
불행이 퍼지지 않기를,
내 아픔을 다른 이들에게 미치지 않기를.
그러나 그의 마음 속에서는 여전히
불안과 고통이 끓어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