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미쟈) 침대에 누워서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침대에 누워
창밖의 달빛을 헤아린다.
눈을 감고, 숨을 고르고
하나, 둘, 셋—
양 한 마리
흰 구름처럼 펄쩍 뛰어넘고
양 두 마리
조용히 꼬리를 흔들며 지나간다.
세 마리, 네 마리,
점점 멀어지는 발자국 소리.
눈꺼풀이 무거워지고
시간도 스르르 늘어진다.
열 마리쯤 세었을까,
아니, 스무 마리였나.
기억이 흐려지고
어디선가 꿈결 같은 바람이 분다.
양 한 마리, 양 두 마리—
그렇게 나는
깊고 조용한 잠 속으로
천천히 걸어 들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