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뵹철) 메두사 여인

메두사 여인
긴 밤, 바람이 울며 지나간다
그 바람 끝에 그녀의 머리칼이 흔들린다
어둠 속에서도 살아 있는 듯, 꿈틀거리는
저주받은 머리칼, 독이 서린 뱀들
거울조차 외면한 얼굴
자신을 본 이마다 돌이 되어 사라지는
고독한 형벌을 짊어진 채
그녀는 바다 끝 절벽 위에 서 있다
누군가 사랑을 속삭였던 적이 있었을까
누군가 그녀를 품에 안고 따스함을 나눈 적이 있었을까
그러나 그 손길은 한순간의 돌덩이로 굳어
영원한 침묵 속에 묻혀 버렸다
눈을 감아도 들려오는 비명
한때는 소녀였던 그녀도
이제는 괴물이라 불리는 이름뿐
슬픔이 흐르고 흐른 자리에
파도가 밀려와 흔적을 지운다
별이 뜨고 지는 수천의 밤 동안
단 한 번도 사랑받지 못한 채
그녀는 혼자였고,
그녀는 저주였고,
그녀는 잊혀졌다
이제 그녀의 눈물조차
바람에 부서져 사라진다
그 누구도 그 슬픔을 보지 못한 채
단지 메두사라 불릴 뿐,
단지 괴물이라 기억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