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개 같은 날의 오후

햇살은 따갑고
바람은 멈춰버린 채
습한 공기만 목덜미에 들러붙는다
거리에는 짜증이 묻어나고
신호등은 마치 일부러 그러는 듯
끝없이 빨간 불을 반복한다
텁텁한 숨을 내뱉으며
어딜 가든 막힌 길 위에서
그저 발만 동동 구른다
누군가는 짜증 섞인 목소리로
어딘가에 대고 화를 내고
어딘가는 눈을 감은 채
그냥 모든 걸 포기한 듯 앉아 있다
개 같은 날이다
물 한 모금이 간절한 오후
어느새 멀리서 천둥소리가 들려오고
비라도 쏟아졌으면 싶다
그러면 이 눅눅한 공기도
이 답답한 마음도
조금은 씻겨 내려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