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본철) 내 사투로 내가 늘어놓을래

야, 오늘도 해 질녘 하늘이 참말로 곱다
노을빛이 강줄기 따라 주루룩 흐르는데
내 맘도 그리 따라 흘러가는 것만 같구만
이 세상 말도 많고 탈도 많다지만
내 사투리만큼은 안 뺏길라요
내 입술에 붙어 자란 말투,
내 가슴팍에 박힌 이 말들,
어디 가서도 그대로 뿌리 박고 살 거라요
사람들은 표준말이 어쩌고저쩌고
고운 말 써야 한다지만
난 우리 할매, 할배가 내 귀에 속삭이던
그 사투리로 세상과 말할래요
마음이 울컥할 땐 “아이고, 속 시끄럽구만”
기분 좋으면 “야야, 참말로 신나부러”
누가 뭐라 해도 난 내 조선 말로 웃고 울 거라요
이 강산, 이 바람, 이 들판에
내 사투리는 스며들어 있으니
아무리 세월이 흘러도
나는 내 사투리로,
내 마음을 늘어놓고 살아갈 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