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본철) 이효리의 회초리

이효리의 회초리
바람이 불 때마다
마른 가지는 흔들린다
길었던 잘못들이
몸을 낮추는 순간
네 손에 들린 가느다란 막대
그건 분명 가르침이었고
사랑이었고
기억의 선이었겠지
한 번 휘어질 때마다
살갗은 붉어지고
마음은 깊어지고
어떤 눈물은 스스로 말라버린다
그러나 회초리는
언제나 아프기만 한 법
손에 쥔 자도 맞는 자도
같이 흔들리는 법
시간이 지나면
마른 가지는 떨어지고
너의 손엔 빈 바람만 남겠지
그때 가서야 깨닫겠지
회초리보다
손을 잡아주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