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빨간맛 동봉철

비 내린 골목,
빛바랜 네온 아래서
붉은 그림자가 길게 늘어진다.
그는 묻지 않는다.
어디서 왔느냐고,
무엇을 꿈꾸었느냐고.
그녀들은 말하지 않는다.
언제부터였는지,
어디까지 가야 하는지.
회색 밤이 삼킨 비명 위로
짧은 히힛거림이 흐른다.
빨간 맛, 끈적한 냄새,
한 모금 마른 숨.
어제와 같은 오늘,
오늘과 같은 내일.
그는 돈을 세고,
그녀들은 눈을 감는다.
그리고 아무도 묻지 않는다.
이 거리의 끝이 어디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