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미쟈마키코의 감수성) 사랑했지만

사랑했지만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언제부터인지 흔들리기 시작했죠
서로의 마음 속에 자리한
작은 불씨가 커져만 가는 걸 몰랐죠
사랑했지만, 우리는 결국
각자의 길을 가야 했죠
그때 그 눈빛 속의 약속이
바람에 흩어져 버린 것처럼
사랑했지만, 그 말이 무색해지도록
시간은 잔인하게 우리를 달리게 했죠
내가 그대를 놓아준 순간,
그대도 나를 놓았을 것을 알지 못했죠
사랑했지만, 너무 늦은 후에야
우리는 서로의 아픔을 알았죠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눈물도
이제는 그대에게 닿지 않겠죠
사랑했지만, 그 사랑은
아주 먼 곳에서만 기억될 거예요
우리의 이름도, 우리의 시간도
서서히 잊혀져 가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