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동봉철의 저녁은 김치찌개

허름한 방 한구석,
낡은 가스레인지 위에서
김치찌개가 끓고 있었다.
국물은 뻘겋고,
돼지고기는 돈이 없어서 아쉽게 적었으며,
국자 끝에서 떠오르는 김은
허기를 부추겼다.
젓가락을 집어 들었다가
다시 내려놓는다.
이제 막 끓기 시작한 찌개처럼
마음속 무언가가 부글거린다.
멀리서 웃음소리가 들렸다.
어딘가에서는 식탁에 둘러앉아
반찬을 나누고
국을 떠주는 저녁이 있을 터였다.
그러나 여긴 홀로 앉은 방,
숟가락 소리마저 쓸쓸한 밤.
뜨거운 국물 한 술을 삼키며
속을 데우려 했지만
허전함까지 데워지지는 않았다.
김치찌개는 여전히 끓고 있었다.
방 안 가득 퍼지는 냄새 속에서
동봉철은
그리움을 십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