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긔가(悲歌)

돈본철은 어둠 속에 서 있었다.
홋카이도의 눈발이 그의 어깨를 덮었다.
그가 걸었던 길 위에는 발자국이 사라지고,
남은 것은 바람뿐이었다.
그의 손에는 오래된 검 한 자루.
무수한 밤을 벼려 온 강철의 노래.
하지만 검은 울지 못하고,
그를 대신해 한숨을 삼켰다.
달빛이 강을 비추듯
그의 삶은 흐르고 흘러
어느새 그림자만 남았구나.
이름을 불러 줄 이 없는 섬에서
그는 홀로 바람과 마주한다.
오, 차가운 겨울밤.
검은 녹슬고, 노래는 멎었다.
그의 발끝에서 얼음이 부서지고
홀로 떠도는 자의 슬픔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