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피노키홍, 홍명보

홍명보가 말했다.
“우리는 끝까지 싸울 것이다.”
그의 말이 하늘을 가르자,
공은 부드럽게 회전을 그렸다.
그러나 어느 날,
그의 코가 살짝 자랐다.
“이번 월드컵, 반드시 이긴다.”
조금 더 길어졌다.
“내 축구엔 후회가 없다.”
코는 골대만큼 뻗어 나갔다.
팬들은 웅성였고,
공은 다시 중앙선을 넘었다.
하지만 그는 다시 일어섰다.
긴 코를 머리띠처럼 묶고,
멀리서 날아오는 공을 가슴으로 품었다.
거짓과 진심이 뒤섞인 경기장.
그의 발끝에서 공이 굴러갔다.
어느새, 코는 원래대로 돌아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