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잊지 못할 거면 널 붙잡을걸

두만강 물결 위로
너의 그림자가 떨리고 있었다.
가까이 가면 닿을 것 같았고,
손을 뻗으면 사라질 것 같았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바람이 네 옷자락을 흔들고
너는 한 걸음, 또 한 걸음
멀어져 갔다.
잊지 못할 거라면
널 붙잡을걸.
강물에 지워질 네 발자국을
두 손으로 감쌀걸.
하지만 강은 끝내 갈라놓았고,
나는 강가에서 멈춰섰다.
흘러가는 물처럼
너도 그렇게 사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