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품번 하나 주쇼

품번 하나, 주소
손바닥만 한 상자 위에 찍힌 숫자들
그게 너의 이름이었을까
어느 공장에서 찍혀 나와
어느 창고에서 잠시 머물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간 것
주소란 게 있긴 했을까
누군가 불러주었을까
그저 품번 하나로 불리다
어디론가 흩어졌을 뿐인데
차가운 밤, 가로등 밑에서
버려진 상자가 나를 본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없다
너는 이미 없으니까
품번 하나, 주소
손바닥만 한 상자 위에 찍힌 숫자들
그게 너의 이름이었을까
어느 공장에서 찍혀 나와
어느 창고에서 잠시 머물다
이름도 없이 사라져 간 것
주소란 게 있긴 했을까
누군가 불러주었을까
그저 품번 하나로 불리다
어디론가 흩어졌을 뿐인데
차가운 밤, 가로등 밑에서
버려진 상자가 나를 본다
나는 그 안에 들어가 볼 수도 없다
너는 이미 없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