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저, 방학동에

방학동에
너를 두고 왔다
좁은 골목을 돌아 나오는 길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한 번쯤은 보게 되더라
노을이 번진 하늘 아래
너와 나누었던 말들이
전봇대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졌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한번쯤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니, 오지 않는 게 맞겠지
떠나는 발걸음은 가벼워야 하니까
방학동에
너를 두고 왔다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아무 일 없던 하루처럼
방학동에
너를 두고 왔다
좁은 골목을 돌아 나오는 길
뒤돌아보면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끝내 한 번쯤은 보게 되더라
노을이 번진 하늘 아래
너와 나누었던 말들이
전봇대 그림자처럼 길게 늘어졌다가
천천히 사라졌다
한번쯤은 다시 올 수 있을까
아니, 오지 않는 게 맞겠지
떠나는 발걸음은 가벼워야 하니까
방학동에
너를 두고 왔다
아무 일 없던 사람처럼
아무 일 없던 하루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