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아는 형님

골목 끝, 낡은 가로등 밑에서
담배 연기를 길게 뿜으며
형은 말했다
"다 잘될 거야, 걱정 마라"
나는 그 말을 믿었지
형의 손엔 늘 작은 흉터가 있었고
눈빛은 깊은 밤 같았지만
웃을 땐 따뜻한 사람이었으니까
그날도 형은 웃으며 걸어갔어
평소처럼 어깨를 두어 번 두드리며
"다음에 한잔하자"던 마지막 말
그게 정말 마지막일 줄 몰랐어
시간이 지나도
가로등 밑엔 그림자만 길게 남았고
형이 서 있던 자리엔 바람만 스쳐 가네
형, 어디쯤에서
또 누군가에게 "괜찮다"고 말하고 있을까
나는 아직도 그 말을 믿고 싶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