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왠일로

중국 출장 둘쨋날 낯선 호텔방, 창밖엔 낯선 거리
동봉철은 조용히 침대에 기대 앉아
텅 빈 천장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때, 불쑥 울린 전화벨
익숙한 번호, 익숙한 이름
계림숙이었다
"왠일로?"
목소리가 조금 떨렸다
"그냥… 한번 불러봤어"
전화기 너머, 그녀의 목소리는
멀리서 부는 바람 같았다
그냥이라니
그냥 부를 이름이었다면
그렇게 쉽게 멀어지진 않았을 텐데
동봉철은 아무 말 없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낯선 도시의 불빛들이
흔들리는 마음을 비추고 있었다
끊어진 전화 너머
왠일로, 정말 왠일로
동봉철의 얼굴에선 눈물이 뚝뚝 떨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