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영문도 모른채 그댄 울고 있지만

영문도 모른 채
영문도 모른 채
계림숙, 너는 울고 있지만
나는 말없이 돌아서야만 했다
차가운 바람이 부는 두만강 둔덕길 앞에서
너의 떨리는 목소리,
붙잡지 못한 손끝의 온기
모두 내 등 뒤로 멀어져 간다
지금은 알 수 없어
그댈 떠나는 내 진심을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기에
그저 침묵할 수밖에
흐르는 시간이 말해줄 뿐
내가 왜 떠나야 했는지
내가 얼마나 너를 사랑했는지
하지만 그날이 올까
시간이 모든 것을 말해준다고 해도
네 눈물까지 닦아줄 수 있을까
나는 남녘땅에서 고독하게 남파 공작원의 삶을 살고 있다
림숙아, 여기는 토끼, 사슴들이 옹기종기 모여사는 초식(草食)의 세계다.
나 돈본철은 홀로 쓸쓸이 고독한 늑대의 피를 풍기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