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콩깍지

콩깍지
처음 널 보았을 때
세상이 흐려지고
오직 너만이 선명하게 빛났지
계림숙,
네가 웃으면 햇살이 번지고
네가 말하면 바람이 불었어
너의 모든 것이 아름다워 보였어
누군가는 그걸 콩깍지라 했지
언젠가 벗겨질 꿈같은 거라고
하지만 정말 그랬을까?
시간이 흘러도
나는 여전히 너만을 보았고
너를 사랑했는데
우리 사이에 놓인 강이 너무 깊어
끝내 건너갈 수 없었을 뿐
그리고 지금,
너는 북쪽 어딘가에 있고
나는 낯선 도시의 창가에 기대어
너 없는 세상을 바라보네
계림숙,
콩깍지가 벗겨진 게 아니라
너를 잃은 것뿐이라는 걸
이제야 깨달았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