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북파공작원 돈본철과 북조선의 려자 계림숙

그 밤, 달빛은 얼음처럼 차갑고
압록강 물살은 조용히 숨죽였네.
북녘의 바람이 스치듯 전한
너의 이름, 계림숙.
나는 바람 속에 숨어 살았고
너는 그 바람을 두려워했네.
내 손끝에 닿을 듯한 거리에서
너는 한없이 멀어졌네.
너의 눈빛은 들꽃처럼 흔들리고
입술은 떨렸지만 말하지 않았네.
나는 알아, 우리가 같은 꿈을 꾸었음을,
그러나 그 꿈은 아침이면 사라지네.
이 강을 넘어가면
나는 다시 이름 없는 그림자,
너는 조국의 딸이 되겠지.
우리의 밤은 단 한 줌 재로 남겠지.
나는 돌아설 때조차
너를 등질 수 없었네.
너는 눈물을 보이지 않았지만
그 침묵이 가장 슬펐네.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이여,
그 이름을 다시 불러도
강물은 대답하지 않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