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본철) 늑대와 함께 춤을

달이 차오르면 숲은 숨을 죽이고
나는 고요한 어둠 속에 선다.
발끝에 스미는 눈보라 사이로
낯선 울음소리가 들려온다.
늑대와 함께 춤을 춘다.
사라진 시간 위를 맴돌며
잃어버린 이름을 부른다.
그 누구도 대답하지 않는 밤,
나는 그림자가 되어 춤을 춘다.
발끝이 닿는 자리마다
서늘한 바람이 지나가고
한 번의 회전마다
눈 속에 묻힌 기억들이 흩어진다.
늑대와 함께 춤을 춘다.
사랑도, 이별도, 꿈도 잊은 채
그저 흘러가는 바람이 되기를 바라며.
달빛 아래에서 나는
아무도 없는 세상과 춤을 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