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이 세상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

몰랐다고 말할게
이 세상 처음 태어나서
몰랐다고 말을 할게.
이별이 이렇게 차갑다는 걸,
사랑이 끝내 손끝에서 스러진다는 걸.
두만강 바람이 스치던 밤,
계림숙 낡은 창가에서
우리는 서로의 얼굴을 보았지.
그때는 몰랐어,
그 순간이 마지막이라는 걸.
눈길을 따라 걸으면
아직도 네 발자국이 남아 있을까.
어느 새벽 강물처럼 흘러간 시간 속에
나는 여전히 멈춰 서 있는데.
다시 돌아갈 수 없다면,
그때의 나에게 말해 주고 싶어.
더 오래 바라보라고,
더 오래 손을 잡으라고.
하지만 나는 결국
몰랐다고 말을 할게.
이 세상 처음 태어나서,
그저, 몰랐다고
다음 생애에서는
잡은 네 손 놓치 않겠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