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일 가지마라

일요일, 가지 마
일요일 아침, 눈을 뜨자마자 느낀다. 아, 행복하다. 평일의 잔인한 알람 소리도 없고, 출근 준비할 필요도 없다. 오직 침대, 이불, 그리고 나만 존재하는 완벽한 균형.
천천히 일어나서 느긋하게 커피를 내린다. 창밖을 보며 "그래, 오늘만큼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어"라고 다짐한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이상한 기운이 스멀스멀 피어오른다.
‘내일이… 월요일이잖아?!’
그제야 깨닫는다. 일요일이란 사실 월요일의 그림자가 길게 드리운 하루일 뿐이라는 것을. 분명 오전까지는 평온했는데, 오후 3시만 되면 불안이 엄습한다.
"시간이 너무 빨리 가고 있어!" 저녁 6시가 되면 초조함이 몰려온다. "어? 벌써 이 시간?" 그리고 밤 10시…
절망.
‘일요일 가지 마!’
하지만 시간은 야속하다. 결국, 월요일의 발소리가 들려온다. 일요일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눈을 감지만, 다시 뜨면…
알람이 울린다.
월요일이 왔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이번 주말엔 꼭 늦잠을 실컷 자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