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서약함

서약함
손끝에 맺힌 한 마디,
입술로 굳게 묶는다.
지켜야 할 말은 바람처럼 가볍지 않고
돌처럼 무겁게 가라앉는다.
서약함을 열면
속에는 시간이 흐른다.
약속했던 순간들이
단단한 조각이 되어 박혀 있다.
쉽게 깨지지 않도록,
쉽게 녹아내리지 않도록,
나는 오늘도 그 앞에서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는다
계림숙, 김일성 대학교 웨딩홀에서
우린 략혼을 했고 난 네 손등에 입을 맞추고 서약했네
널 영원히 사랑하고 널 영원히 놓지 않겠다고
하지만 난 첫번째 단서인 영원한 사랑을 지키고 있지만
두만강에서 네 손을 야속하게도 놓고만 말았네
그건 네 가슴속에 나 돈본철보다
수령님이 더 컸기에 날 따라가지 않겠다는 계림숙 너의 매정함 탓이었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