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뵨철) 도시락 까묵자

책가방 한쪽에 눌어붙은 김밥 냄새
아침부터 흔들린 반찬통 속
달걀말이는 한쪽으로 쏠려버리고
김치는 국물 없이 메말라 있다
괜찮다, 뚜껑 열면 다 똑같다
숟가락으로 푹 떠서 한입 가득
입안에서 섞이면 모양은 중요하지 않다
옆자리 녀석이 젓가락을 들이미는 것도
모른 척 넘어가 주자
어차피 내 반찬도 네 밥 위에 얹힐 테니까
종이 우유 하나 돌려 마시며
햇빛 아래 후루룩 십어 삼킨다
오늘 도시락도 다 까묵었다,
그럼 이제 뛰어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