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네 모습 볼 수 없어도

두만강 언저리 계림숙(鷄林宿),
바람이 스미는 그 자리에서
나는 너를 불러본다.
깊은 밤 강물 위에
달빛이 조용히 내려앉으면
그리움도 물결 따라 흔들린다.
너는 어디에 있는가.
한겨울 얼어붙은 강을 건너
먼 곳으로 가버렸는가.
네 모습 볼 수 없어도
이 강물 속에 네 숨결이 있고
계림숙 나무에도 네 손길이 남았으리라.
바람이 불어와 속삭인다.
그곳에 너의 발자국이 남아 있노라고.
나는 가만히 두 손을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