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교사 폭행한 고3

칠판에 남은 분필 가루처럼
산산이 흩어진 말의 잔해,
그 끝에
주먹 하나가 말을 대신하였네.
이름 석 자, 교복 위에 구겨진 자존.
그는 누구에게도 듣지 못한 말투로
세상을 불러보았으나
대답은 없었고,
그 침묵을 깨트린 것은 분노였네.
책상 너머,
교사의 눈은 오래된 창처럼 조용하였고
그 속엔
몇 해 전 아이였던 얼굴 하나가
비쳐 있었음.
교과서는 닫히고,
시간표도 찢기고,
남은 것은 기록지의 붉은 줄 하나.
그날의 복도,
가만히 흘러내린 햇살조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
벽에 기대어 있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