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오늘 우박 떨어졌네요

갑자기 하늘이 목소리를 바꾸더니
말도 없이
작고 단단한 것들을 쏟아내었네요.
처마 끝에 부딪히는
투둑, 투둑
그 소리는 마치
억눌렀던 말들이 바닥에 튀는 소리 같았어요.
누군가는 창문을 닫았고
누군가는 커튼을 걷었고
나는 문득,
잊고 지낸 얼굴 하나를 떠올렸지요.
따뜻한 오후일 줄 알았는데
이렇게 차가운 놀람이 오기도 하네요.
예고 없는 감정처럼
잠깐이지만 또렷하게.
우박은 금세 그쳤고
젖은 길 위엔 아무 일도 없었던 듯
햇살이 내려앉았지요.
그럴 때면 늘
마음 한쪽이 조용히 젖는 걸 느껴요.
오늘 우박 떨어졌네요,
참 이상한 하루예요
오늘 하루도 계림숙
너를 그렇게 잊어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