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사실 1등은 제가

사실 1등은 제가
시상대는 세 개뿐이었고
내 이름은 어디에도 없었지만
속으로는 조용히 말했지요—
사실 1등은 제가.
박수는 옆 사람에게 쏟아졌고
꽃다발도 그쪽으로 향했지만
나는 단 한 번도
눈을 내리지 않았음.
노력은 숫자로 증명되지 않았고
결과는 서류 한 장에 찍혔지만
내가 견뎌낸 시간,
말없이 지켜낸 하루들은
누가 대신 세어줄 수 없었음.
남들은 금빛 목걸이를 걸지만
나는
조용한 자존심 하나를 목에 걸고
거울 앞에 섰음.
질문이 온다면
나는 웃으며 대답하겠지요.
“괜찮아요,
사실 1등은 제가.”
그렇게 믿는 마음이
어떤 날엔
진짜 트로피보다 반짝일 수도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