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날씨 넘 춥다

날씨 넘 춥다,
그 말이 입에서 나올 때마다
어디선가 바람은 더 세게 불어오는 것 같아요.
주머니 속 손은
서로를 꼭 잡고 있고,
코끝은 벌겋게 물들고,
말은 자꾸 짧아져요—
"춥다", "진짜 춥다", "헉, 춥다."
횡단보도 앞,
신호는 왜 이리 긴지
발끝이 눈물짓고
귀마저 고개를 숙여요.
마음도 이럴 때
조금은 얼어붙는 법이라
괜히 그리운 이름 하나
속으로 불러보게 되지요.
하지만 이상하게도
이런 날엔
따뜻한 말 한마디,
작은 커피 한 잔이
더 크게 다가오는 법이에요.
그러니 오늘,
지나가는 말처럼 툭—
이렇게라도 건네봅니다.
날씨 넘 춥다.
그러니까 잘 챙겨 입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