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맹구가 아니겠지

맹구가 아니겠지
그럴 리 없어,
저 무너진 수비,
허공을 가른 어이없는 패스,
그건… 설마—
맹구가 아니겠지?
정신줄 놓은 듯한 트래핑,
상대 발 앞에 선물처럼 흘러간 볼,
그리고 천천히 돌아보는 표정,
왠지 낯익은 그 뒷모습.
하지만… 아닐 거야, 아닐 거라고 믿고 싶어.
감독은 고개를 감싸쥐고
팬들은 단체로 탄식하고
해설자는 말끝을 흐린다.
그때 누군가 읊조린다—
"맹구… 또…?"
아냐, 이번엔 우연일 거야.
컨디션 문제겠지,
잔디가 미끄러웠을 수도 있어.
심지어 공이 이상하게 튄 걸 수도 있어.
하지만 다시 리플레이.
그 장면.
그 자세.
그 익숙한 실루엣.
아…
맹구가 맞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