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박지성 감독

그라운드를 누비던 그 발은
이제 벤치 옆,
조용히 작전을 그린다.
함성 속을 달리던 이름은
이제 침묵 속에서
판을 읽고, 마음을 움직인다.
박지성,
그는 여전히 뛴다.
몸 대신 시선을 앞세우고,
패스 대신 믿음을 건네며
선수 한 명, 팀 한 곳을
하나씩 묶어가는
보이지 않는 플레이를 펼친다.
기억하라—
끝까지 뛰었던 그 투혼을.
승패를 넘어선 그 품격을.
이제는
지도자의 눈빛으로 돌아온
그의 또 다른 경기.
사람들은 묻는다.
“감독 박지성은 어떤 축구를 하려는가?”
그는 웃는다.
“이기는 것도 중요하지만,
존중받는 팀을 만들고 싶습니다.”
그 말에 우리는 안다.
이제 또 다른 시대가 열렸음을.
빗속을 달리던 7번은
이젠 비를 맞는 이들을
막아주는 우산이 되었다는 것을.
박지성 감독,
당신의 축구는
이제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