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벌써 출출

태양은 아직 뜨지 않았는데
배가 먼저 어둠을 찾는다
아, 치킨 먹고 싶어. 다이어트 해야 하는데
시계는 점심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속은 이미 식사의 노래를 흥얼거린다
벌써 출출
입은 참을 만한데
마음이 자꾸 메뉴를 고른다
김이 모락모락,
바삭함이 귓가에 속삭이는 중
라면 한 젓가락,
김밥 한 줄의 위로,
치킨은 아직 배달되지 않았고
냉장고는 열었다 닫히기를 반복한다
벌써 출출
누구에게 들킨 것도 아닌데
괜히 혼나는 기분
스스로 타협하며
“딱 한 입만…” 이라며 식탁 앞에 앉는다
이 허기, 꼭 배 때문만은 아닐지도
오늘 웃은 일이 몇 번이나 있었나
소화보다 위로가 먼저 필요한 밤
그러니 출출해도 괜찮다
작은 한 끼에도 마음이 따뜻해진다면
그건 이미,
하루의 마지막을 잘 살아낸 증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