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소설) 삼성의 동점을 기원하며

수필: 삼성의 동점을 기원하며
야구장에 들어서는 순간, 온몸을 감싸는 뜨거운 함성. 오늘도 나는 그 소리 속에 내 마음을 묻는다.
삼성의 유니폼을 입은 이들이 파란 물결을 이루며 3루 관중석을 가득 채운다.
희망은 늘 같은 색을 입고, 같은 구호를 외친다.
1회가 끝나고, 2회가 지나고, 점수는 여전히 0대2.
상대 팀의 타자는 절묘하게 빈틈을 찌르고, 우리의 투수는 묵묵히 땀을 닦는다.
그러나 이 경기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는 안다.
희망은 쉽게 꺼지지 않는다. 아니, 꺼질 수 없다.
한 점을 잃을 때마다 나는 무심코 주먹을 움켜쥔다.
그 순간에도 외야에서 뛰는 수비수의 발놀림이,
타석에 선 타자의 눈빛이,
그리고 더그아웃에서 치켜든 손바닥이 내게 말한다.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나는 오늘도 동점을 바란다.
비기기 위해서가 아니다.
다시 시작할 수 있는 발판을 위해,
희망의 균형을 되찾기 위해.
누군가는 말한다.
“그게 뭐 그리 중요하냐, 공놀이일 뿐이잖아.”
하지만 나는 안다.
이 경기장 안에는 인생의 희로애락이 농축되어 있다는 것을.
승부와 무관하게, 간절함으로 살아가는 법을.
2회 초, 드디어 1점이 들어온다.
누군가는 눈물짓고, 누군가는 주먹을 쥔다.
그리고 나는 마음속으로, 아주 조용히 외친다.
"이제, 단 한 점만 더."
삼성의 동점을 기원하며
나는 또 내일의 경기를 기다린다.
그것이 팬이라는 이름의 숙명이며,
희망이라는 단어의 진짜 의미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