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삼성 5이닝 핸플 & KT 승리

비 오기 전의 더그아웃,
구름은 모이고, 바람은 눅눅하다.
5이닝만, 오직 5이닝만—
그 짧은 시간에 모든 걸 담는다.
샴숑이여,
오늘은 너희에게 핸플의 이름을 맡긴다.
차곡차곡 안타를 쌓고,
점수를 적립하듯 벌어다오.
5이닝, 그것은 조건이자 기도,
그리고 이긴 자에게 주어지는 보너스의 시간.
하늘이 젖기 전까지,
야구장은 작전실이다.
그러나,
해가 저문 뒤, 우리가 바라는 진짜 승리는
수원 쪽에서 일어난다.
KT여,
그대는 번개의 이름을 가졌고,
오늘 밤은 그 이름을 번쩍일 시간이다.
묵직한 직구가,
좌중간을 가르는 타구가,
그리고 전광판 위 숫자가
조용히 말하길—
"승리는 너희에게."
샴숑은 맡은 바 다하고,
KT는 마지막 웃음을.
두 팀의 행보가
하루의 리듬을 맞춘다.
비는 와도 좋다.
단, 때가 되어 와야 한다.
5이닝을 넘긴 후,
KT가 웃는 그 시각에.
오늘의 야구는
이름으로 시작해
의미로 끝나리.
핸플의 샴숑,
승리의 KT여—
우리의 기도를 받아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