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동봉철) 여름 독사

여름독사
햇볕은 칼날처럼 내리꽂히고
아스팔트는 숨을 헐떡였음
그 속을 미끄러지듯 지나가던 것
바로, 여름독사였음
그것은 땀 냄새에 익숙했고
어디든 자신의 온도를 남겼으며
그늘 따위는 피하지도 않았음
오히려 태양을 똑바로 노려보았음
살갗은 검게 그을렸고
눈빛은 찬물처럼 식어 있었음
뱀처럼 조용히, 뱀처럼 집요하게
한 번 물면 놓지 않았음
사람들은 더위를 탓했지만
사실 그날의 뜨거움은
여름독사가 지나간 자리에서 피어난
기척이었음
그는 웃지 않았고
걸음마다 쇳소리가 났으며
팔뚝에는 말 없는 화상이 있었음
불덩이 같은 오후,
그는 뜨거움을 두려워하지 않았음
한여름의 허리에
조용히 감겨드는 뭔가가 있다면
그건 바람도, 햇살도 아닌
여름독사의 숨소리였음
그리고 어느 날,
비가 쏟아지고 계절이 무너질 때
그는 또 조용히 사라졌음
벗겨진 껍질 하나 남긴 채
여름은 갔고
여름독사는 다음 해를 기다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