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화소설) ⑥ 봉철아 학교가자 ☆☆☆☆☆☆

봉철아, 학교 가자
제6화 – 감옥 안의 감옥
“야, 이 방에서는 말이야,
컵은 형님들이 먼저 쓴다.”
처음 들어온 방은 ‘잔등방’이라 불렸다.
교도소에서도 나이와 전과 수로 서열이 갈렸다.
형님, 형님, 그리고 또 형님.
말 끝마다 붙는 ‘예’가
사람 하나를 더 낮게 만들었다.
봉철은 처음엔 조용히 지냈다.
짐 정리도 말없이 했고,
밥도 끝에 줄 서서 받았다.
그런데 어느 날,
신입 하나가 봉철 앞에서 울었다.
“물 마시다가… 컵을 바닥에 놨어요.
근데 저 형이 뒤통수를…!”
봉철은 컵을 집어 들었다.
그 형님 앞에 걸어갔다.
“형님, 그거 좀 심하신 거 아닙니까.”
방 안이 조용해졌다.
그 형님이 담배를 내려놓으며 물었다.
“너 지금 나한테 뭐라 했냐?”
봉철은 뒤로 물러서지 않았다.
“그 애, 내 후배입니다.”
말이 끝나자, 손이 먼저 갔다.
누구의 것인지 몰랐다.
어쩌면 동시에였다.
감방 안의 공기는 묵직했고,
두 개의 주먹이 맞붙은 순간
묵은 위계가 깨어졌다.
그날 오후, 징벌동으로 옮겨졌다.
어두운 독방,
봉철은 어깨에 얼음찜질을 얹으며 생각했다.
‘내가 여기서도 싸움을 하네.
근데 이건, 좀 다르다.’
며칠 뒤, 조정위원회가 열렸다.
양쪽 모두 폭행.
하지만 피해자의 진술이 갈렸다.
신입은 말했다.
“봉철이 형 덕분에 살았어요.
솔직히, 나 목욕탕에서도 머리 못 감았거든요.
항상… 눈치 봐야 했어요.”
이야기는 교도관들 사이에 퍼졌다.
“봉철, 이번엔 ‘맞은 편’이었다며.”
“그래도… 서열 싸움 건 거니까 조심시켜야지.”
교도소 상담사는 다시 봉철을 불렀다.
“이런 식으로 정의를 실현하려는 건,
봉철 씨한테도 짐이 됩니다.”
봉철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곤 말했다.
“예, 알아요.
근데, 이번엔 맞고도 후회 안 했습니다.
이 싸움은… 나 자신한테 진 게 아니라,
나답게 산 거니까요.”
그날 이후, 봉철은 잔등방이 아닌
‘자율실’로 배정되었다.
거기선 다들 조용히 살았다.
말로 해결하는 법을 배우고 싶다는 사람들이 모인 곳이었다.
그리고 봉철은,
처음으로 스스로 신청서를 썼다.
“대화교실 수강 희망.”
펜을 잡는 손이,
주먹보다 따뜻하다는 걸
그제야 알게 되었다.
7화는 다시 폭행.
이번엔 봉철이 사랑했던 여자의 남자와의 충돌입니다.
감정, 질투, 후회, 그리고 주먹.
사랑이 만들어낸 싸움의 기록을 그려보겠습니다.
곧 이어서 써드릴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