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화소설) ⑧ 봉철아 학교가자 ☆☆☆☆☆☆☆☆

이번 제8화는 봉철의 전과 중 단 한 번 있었던 간통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그러나 이 이야기는 단순한 ‘외도’가 아니라,
봉철이라는 인간이 처음으로
스스로를 바라본 거울 같은 사건입니다.
봉철아, 학교 가자
제8화 – 그 방엔 거울이 없었다
그 여자는 웃을 때, 고개를 옆으로 살짝 기울였다.
그 모습이,
봉철이 예전에 사랑했던 북녘땅의 사람(계림숙)과 닮아 있었다.
너무 많이 닮아 있었다.
처음엔 그냥 소주 몇 잔이었다.
낯선 동네 술집,
잔을 채워주는 손,
익숙하게 건네는 ‘봉철 오빠야’ 소리.
그다음은 모텔이었다.
방 안엔 텔레비전이 있었고,
창문은 닫혀 있었고,
거울은 없었다.
오직 서로의 눈빛만 있었다.
그녀가 말했다.
“괜찮겠어요? 나… 유부녀예요.”
봉철은 잠시 침묵하다가,
“난 죄는 많이 지었는데,
오늘은… 그냥 사람이고 싶었어.”
라고 말했다.
그 말은 변명일까,
아니면 자백일까.
그날 아침, 그녀의 남편이 경찰과 함께 찾아왔다.
당황한 것도 잠시,
봉철은 그 남자의 얼굴을 보며 한 가지를 깨달았다.
자신과 똑같은 눈빛이었다.
의심, 분노, 망가진 자존심.
그 모든 것을 봉철은 잘 알고 있었다.
자기가 수없이 다른 남자에게 안겨줬던 감정.
경찰서 유치장에서,
봉철은 변호사를 부르지 않았다.
벌써 여덟 번째 전과였다.
그리고 이번엔,
아무도 감싸주지 않았다.
법정에서도, 그는 고개를 들지 않았다.
판사가 물었다.
“왜 그러셨습니까?
그녀가 당신 인생에 그렇게 큰 의미였습니까?”
봉철은 잠시 눈을 감았다.
그러곤 말했다.
“아니요.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통해 잊고 싶던 내가 있었을 뿐입니다.”
교도소에 다시 들어온 첫날,
봉철은 세면대 위에 걸린 거울을 오래 바라보았다.
그 안엔 누구도 웃고 있지 않았다.
그 안의 남자는,
자신이 벌인 수많은 선택의 결과였다.
같은 방의 수감자가 물었다.
“형님, 이번엔 왜 들어오셨어요?”
봉철은 조용히 대답했다.
“사랑도 아니었고, 실수도 아니었어.
그냥… 나한테 실망해서 벌인 일이었어.”
그 수감자는 고개를 끄덕였다.
“형님도 사람이네요.”
그 말은 위로였을까,
아니면 조롱이었을까.
봉철은 모른 채, 그날 일기를 썼다.
"오늘 처음으로,
나 자신을 용서하고 싶단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아직은 이르다.
거울 속 내가 나를 똑바로 볼 때까지는."
9화는 봉철의 방화 전과입니다.
그가 불을 질렀던 날,
무엇을 태우고 싶었는지.
그리고 그 불길 속에서 무엇이 타버렸는지를 마지막 화로 담아내겠습니다.
곧 이어서 써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