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실화소설) ⑨ 봉철아 학교가자 ☆☆☆☆☆☆☆☆☆

봉철의 전과 중 가장 극단적이었던 방화 사건.
그는 왜 불을 질렀는가.
무엇을 태우려 했는가.
그리고 그 불 속에서
끝내 사라진 것은 무엇이었는가.
이제, 봉철이라는 인간의 마지막 ‘불’ 속으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봉철아, 학교 가자
제9화 – 불태운 건 집이 아니었다
그날 따라 바람이 세게 불었다.
창문이 달그락거렸고,
봉철은 자꾸만 담배에 불을 붙였다 껐다 했다.
지독히 가라앉은 날씨였다.
반지하방.
곰팡이 피던 벽지,
껌처럼 붙은 이불,
아무 데서도 울리지 않는 전화기.
어머니는 3년 전 요양원으로 들어가셨고,
동생은 연락을 끊은 지 오래였다.
봉철은 그저,
혼자였다.
테이블 위엔
‘과거경력조회서’가 놓여 있었다.
맨 위에 적힌 단어.
폭행 6회, 방화 1회, 간통 1회.
마지막 장에는
‘보호관찰 면제 요청 기각’이라는 붉은 도장.
거기까지 본 뒤, 봉철은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라이터를 들었다.
신문지, 옷가지,
낡은 매트리스.
생각보다 불은 빠르게 번졌다.
창문을 열지도 닫지도 못한 채,
봉철은 방 한가운데에 섰다. (자살시도를 했었습니다. 상해에서 계림숙을 만나려 갔지만 계림숙의 친구만 나와서 상심했었음)
불이 탁자에 닿았을 때,
그제야 봉철은 문을 열고 나왔다.
이웃은 이미 신고를 마친 상태였다.
소방차, 경찰,
그리고 한 기자가 와 있었다.
“왜 불을 질렀습니까?”
봉철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날, 아무런 대답이 필요 없다고 느꼈다.
자기 삶 전체가 이미 증언 중이었기에.
유치장에서 그는 처음으로 ‘심리 상담’을 요청했다.
담당자는 말했다.
“불이라는 건요, 통제가 안 되는 감정입니다.
무언가를 없애고 싶은 충동이죠.
그게 남이든, 자기 자신이든.”
봉철은 웃지 않았다.
“전, 제 인생을 없애고 싶었던 겁니다.
그 방은 그냥… 껍데기였습니다.”
교도소 생활은 이전과 달랐다.
이제 그는
‘누구에게도 기대하지 않는 인간’으로 불렸다.
말수가 줄었고,
운동 시간에도 벤치에 가만히 앉아 있었다.
어느 날 교도관이 물었다.
“동봉철, 넌 뭐가 제일 두렵냐?”
봉철은 대답했다.
“또 나 자신이 될까 봐요.”
그 말은 농담처럼 들리지 않았다.
한때는 세상을 탓했고,
또 한때는 사랑을 탓했고,
그리고 끝내는 자기 자신을 불태우려 한 남자.
그가 지금 두려워하는 건,
‘아직 남은 불씨’였다.
출소 하루 전날,
봉철은 일기를 찢었다.
수감 중 매일 써온, 132장의 노트.
그는 그것을 모아 태우는 흉내를 냈다.
불이 없었기에
다행이었고,
불이 없었기에
조금은 살아 있는 것 같았다.
그는 마지막 문장을 노트에 써두고
문을 닫았다.
"나는 나라는 불을 껐다.
하지만 아직도 재는 남아 있다."
이로써 『봉철아, 학교 가자』
9편의 수감 생활 연재 수필이 모두 완결되었습니다.
봉철은 계속해서
살아 있었고,
계속해서 자신을 바라보았습니다.
그 모든 싸움과 죄,
그리고 자살시도를 했었던 불 속에서조차 TT
필요하시면 후일담이나 등장인물의 회고,
혹은 인터뷰 형식의 에필로그도 이어서 구성해드릴 수 있습니다. 우리 사랑하는 토토뷰 회원님들을 위해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