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 감옥썰) 제1화. 봉철이 첫 판 벌리다

제1화. 봉철이 첫 판 벌다
구치소에서 징역으로 넘어오는 날, 봉철은 신창이었다. ‘신창’이란 말 그대로 새로 들어온 창살 안 인간이라는 뜻이다. 교도관도, 재소자도 신창을 대할 땐 눈빛이 다르다. 짐칸에서 나온 봉투 하나 들고 생활동으로 들어설 때, 이미 눈이 몇 쌍이나 따라붙었다.
“야, 저 놈 신창이네.”
문소리도 없이 다가온 고참 하나가 봉철을 힐끔 본다. 팔뚝에 박힌 푸른 잉크의 문신, 잔뜩 헤진 군용 점퍼, 쌓아올린 기싸움. 봉철은 아무 말 없이 허리 굽혀 인사한다. 여긴 그런 곳이다. 말보다 자세, 행동보다 눈빛이다.
“누구 뺀질이야?”
침상 쪽에 앉은 누군가가 묻는다. ‘뺀질이’란 교도관과 친한 재소자를 말한다. 눈치 없이 잘못 대꾸하면 곧바로 ‘작업’ 들어간다. ‘작업’은 말로 하는 게 아니다. 세면대 구석, 방구석, 심하면 운동장 옆 화장실에서 조용히 끝낸다. 봉철은 그런 사정을 알고 있었다. 한때 모래시계 틀어진 형님 밑에서 바닥 좀 긁던 놈이다.
“뺀질이 아닙니다. 5동서 왔습니다. 초범이고요.”
자기소개는 짧고 정확하게. 형량, 동 정보, 초범 여부. 그게 여기선 주민등록증보다 더 중요한 정보다.
“그래? 그럼 오늘 밤에 ‘한 판’ 떴다가 자자.”
‘한 판.’ 말 그대로 권투다. 장갑 따윈 없다. 손엔 양말 두 겹 끼우고, 구석에선 ‘빵삥’ 돌리는 놈이 판돈 걷는다. 여기선 시간도, 돈도, 룰도 다 수용자들끼리 만든다.
교도관? 모른 척한다. 때론 담배 한 보루 건네면 눈 돌려준다. 이 안에서 담배는 화폐고, 권력이고, 보호막이다.
밤 9시, 불 꺼진 생활방에서 ‘한 판’이 벌어진다. 침상을 옆으로 치우고, 가운데 조그만 링이 만들어진다. 고참 둘이 초시계랑 판정본다. 봉철의 상대는 ‘쌍문동 유기훈.’ 싸움 두 번 하고 독방 두 번 간 놈이다. 미친놈이라 소문났지만, 봉철은 물러서지 않았다. 여긴 물러선 놈이 밑에 깔린다.
주먹이 오간다. 숨소리와 살 부딪는 소리, 그리고 낮게 새어 나오는 신음. 감방은 다시 원래의 적막으로 돌아온다.
결과는 무승부.
하지만 그날 밤, 봉철은 뭔가를 얻었다. 신창이라는 꼬리표 하나가 떨어져 나갔다. 이제 그의 이름은 감방 벽 틈새에 박히기 시작한다.
‘돈봉철. 약간 돌았고, 약간 친다. 물건일 수도 있다.’
2화는 교도관과의 거래를 통해 담배를 밀수하는 에피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