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 감옥썰) 제2화. 담배는 벽돌보다 무겁다

제2화. 담배는 벽돌보다 무겁다
"야, 봉철아. 한 갑만 줘봐라. 계란 두 알이랑 바꾸자."
생활동 안, 담배는 공기보다 귀하다. 특히 ‘말보루’ 한 갑은 고참 하나의 안면을 바꿔놓을 정도다. 그 담배를 어떻게 구하느냐? 정문으로는 절대 못 들어온다. 여긴 철저한 곳이다. 그래서 돈봉철은 ‘똥문’을 택했다.
‘똥문’은 재소자들끼리 쓰는 은어로, 분뇨차나 청소차가 드나드는 구석문을 뜻한다. 거기엔 늘 비어 있는 감시의 틈이 있고, 그 틈에 돈과 물건이 오간다. 물론 그 안엔 교도관 한 명이 껴 있다. 이름은 말 못 한다. 그냥 ‘팔짱’이라 부르자. 항상 팔짱 끼고 감방 앞을 서성이던 그 인간, 봉철이 눈치로 딱 찍었다.
“팔짱님, 말씀 좀... 조용히요.”
“너 신창이 아니냐?”
“한 판 떴습니다. 유기훈이랑요.”
팔짱은 눈을 가늘게 떴다. 유기훈 이름이 먹히는 곳, 그게 교도소다. 거기서 무승부면, 그냥 잡 놈은 아니라는 뜻이다.
며칠 후, 봉철은 화장실 청소 당번으로 자원했다. 그건 단순한 노동이 아니다. 화장실 창문 틈으로 담배가 들어온다. 교도관 팔짱이 외부 조직에게 신호를 주면, ‘전달책’이 야간에 병풍 뒷골목에서 교도소 벽 근처에 몰래 들어와 작은 검은 봉지를 던진다. 그걸 감방 화장실 창틀에 얹어두면, 청소 당번이 주워오는 식이다.
그날 밤도 조용했다. 다른 재소자들은 코를 골며 자고, 봉철은 미리 맞춘 시계에 맞춰 화장실로 기어갔다. 창틀에는 담배 여섯 갑, 라이터 두 개, 그리고 슬쩍 들어 있는 두툼한 신권 오만 원권 다섯 장. 그걸 품에 넣고 돌아올 때 봉철은 느꼈다.
‘벽돌보다 무겁구나, 이 담배 한 갑이.’
다음 날, 생활동 안의 분위기는 뒤집혔다. 담배 냄새가 났고, 누군가는 몰래 커피를 탔다. 한 갑에 계란 두 알, 고춧가루 한 봉지, 가끔은 양은 그릇이 오간다. 봉철은 입을 다물었다. 팔짱도, 눈도, 입도 다 감고 지나갔다.
그날부터 봉철은 ‘연기장수’라 불렸다. 아직 털도 다 마르지 않은 신창이, 교도소 안에서 ‘말보루’를 피웠다는 소문이 돌았다. 고참들이 그를 부르기 시작했다. 어떤 놈은 “내려놔라”고 했고, 어떤 놈은 “같이 뜨자”고 했다.
봉철은 둘 다 하지 않았다. 대신 담배를 쪼개 팔았다. 한 대씩, 스무 번. 그건 목숨을 쪼개 파는 일이었고, 감옥 안에서 태풍이 오는 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