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 감옥썰) 제3화. 운동장 아래의 링 (타조직원과 다이다이 꺠댜)

봉철이 ‘연기장수’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면서, 교도소 안의 물줄기가 살짝 틀어졌다.
담배 줄을 쥔 놈은 자연스레 권투 시합에서도 중심이 된다. 왜냐면 여기선 힘만으로 안 된다. ‘빵삥’을 돌려야 시합이 열린다. 판돈 걷는 놈, 판짜는 놈, 돈 되는 놈. 세 축이 맞물려야 링이 올라간다.
교도소 내 ‘진짜 시합’은 정식 체육 시간에 열리는 게 아니다. 진짜는 운동장 아래 창고다. 원래는 삽이랑 곡괭이 넣어두는 창고였지만, 지금은 ‘사내 링’이 깔린다. 구치소 짬밥만 먹은 놈은 모른다. 이건 징역 3년 넘긴 고참들만 아는 룰이다.
그날, 창고문 앞에서 봉철을 기다린 놈이 있었다. ‘창녕 곰’이라 불리는 놈. 187에 100kg, 조직폭력배 하부라인에서 마약 따다가 집어온 놈. 전과 7범. 주먹 두 개로 방 네 개를 접수했다는 소문이 돌던 놈이다.
“니가 돈봉철이가. 너랑 떠보란다. 윗선에서.”
윗선. 이 안에서 ‘윗선’이란 말이 나오면, 그건 사실상 조직 간의 사적 전쟁이다. 형식은 권투지만, 실상은 징역길에서 누가 머리 드느냐의 싸움이다. 거절은 없다. 그냥 들어가서 피 흘리든, 박수 받든 둘 중 하나다.
창고 안, 사각형 라인을 만들기 위해 사람들은 밧줄과 체육 매트를 끌어왔다. 판돈은 담배 30보루. 교도소 안에선 작은 황금 창고와 맞먹는 금액이다. 교도관? 이미 ‘팔짱’이 시선 돌려놨다. 그날은 CCTV도 잠깐 점검이라 꺼져 있었다.
시작은 무거웠다. 창녕 곰은 빠르진 않았지만, 맞으면 뼈가 울렸다. 봉철은 피했다. 계속 피하면서 간을 봤다. 한 대만, 정확히 한 대만 꽂을 기회를.
10분쯤 지났을까. 곰의 주먹이 헛돌았다. 순간, 봉철은 돌진했다. 턱, 복부, 옆구리. 연속 세 방. 마지막엔 손등에 숨어든 양말 속 커피 믹스 봉지까지 터트렸다. 그건 소문만 돌던 ‘비밀 무기’였다. 미끄럽고, 묵직하다. 세 방 만에 곰이 주저앉았다.
운동장 창고 안은 정적이었다. 이긴 자는 말이 없다. 봉철은 말없이 뒤돌아 걸었다. 뒤에선 누군가 박수 쳤다. 그게 시작이었다.
그날 이후, 봉철의 이름은 운동장 담벼락에도, 감방 커튼에도, 심지어 교도관의 수첩에도 올라갔다. 누군가는 그를 ‘돈판사(동판사였고 어떨때는 봉판사라고 별명이 붙었는긔라)’라 불렀다. 담배로 재판하고, 주먹으로 판결 내린다 해서 붙은 별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