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봉철 감옥썰) 제6화. 봉철노트

제6화. 봉철노트
감옥에선 쓰는 게 죄다. 글을 쓰면 의심받고, 펜을 가지면 검사받는다.
그래서 진짜 권력자는 말보다 ‘기억’을 쥔다. 그러나 봉철은 달랐다. 그는 진짜 펜을 쥐었다.
(이때부터 동봉철은 시를 쓰고 문장을 쓰는걸 좋아하기 시작했다)
처음 그 펜이 들어온 건 '계란' 속이었다. 흔들리면 안 되니, 삶은 달걀을 반으로 갈라 속을 파고, 펜심을 넣고 다시 덮었다.
노른자는 마요네즈로 다시 발라 원형 복원. 교도관 팔짱은 눈도 깜짝하지 않았다.
계란은 영양식이다. 감옥에서도 가끔씩은 ‘건강’을 챙긴다며, 외부 반입이 허용된다.
봉철은 그 펜을 베개 속에 숨겼다. 그리고 한 장 한 장, 접은 화장지를 펼쳐나갔다. 그게 봉철노트의 시작이었다. 아무도 모르게, 오직 본인만 해독 가능한 기호와 이름, 날짜, 위치, 물건의 흐름이 기록되었다.
예를 들어 이런 식이다.
누가 언제 무엇을 가져갔고, 누구를 통해 들어왔으며, 누가 걸릴 뻔했는지. 교도관들의 교대 주기와 화장실 청소 시간까지. 이 노트 하나면 ‘이 감옥의 지도’가 그려졌다.
어느 날, 조직 선배 ‘반포 정’이 봉철을 불렀다. 이 안에서 7년째 묵고 있는 실질적 맹주. 누구도 그와 눈을 못 맞춘다. 그런데 그 정이 봉철을 보고 물었다.
“너, 혹시 그... 적는단 소문이 있더라.” (동봉철이 방배동 재규어파 행동대장이였고, 반포 정은 고속터미널 반포 근처에서 활동하는 반포배차장파 두목이었음)
봉철은 웃었다. 그리고 말했다.
“소문은 돌게 놔둬야죠. 그래야 다들 조심하지 않겠습니까.”
정은 봉철을 빤히 보더니, 담배 한 대를 꺼내 건넸다.
“그 노트, 필요할 때 보여줘라. 대신… 함부로 꺼내지도 마라. 칼보다 위험하다.”
그 말은 허락이자 경고였다. 그날 이후, 봉철의 감방엔 수상한 움직임이 사라졌다. 누가 손을 뻗기만 해도, 마치 감시당하는 느낌이 든다고 했다. 노트의 실체를 아무도 못 봤지만, 모두 그 존재를 믿기 시작했다.
어떤 놈은 잘 보이고 싶어 라면을 바치고, 어떤 놈은 조용히 입을 닫았다. 감옥 안의 질서는 이제 싸움도, 약도 아닌—기억이 다스렸다. 그리고 그 기억을 봉철이 쥐고 있었다.
그는 여전히 말을 아꼈고, 손은 바빴으며, 눈은 어두운 곳을 훑었다. ‘봉철노트’는 점점 두꺼워졌고, 종이 한 장 한 장은 담배보다 비쌌다.
그리고 봉철은 알았다.
이제 이 감옥에서 진짜 왕은, 소리 지르는 놈이 아니라… 조용히 쓰는 놈이라는 걸.
제7화, 마지막 편은 감옥 내 모든 질서가 무너지는 폭동 상황과, 봉철이 그 안에서 선택하는 결말— ‘노트를 태울 것인가, 아니면 지배할 것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임. 개봉박두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