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 돈본철) 외전 3화. 창고, 그리고 의자 하나

이번 화는 녹번동 창고에서의 대면을 중심으로, 과거를 거짓으로 덮고 살아온 강이문과, 그것을 단죄하려는 봉철 사이의 팽팽한 신경전과 뜻밖의 전개를 그린 에피소드임.
외전 3화. 창고, 그리고 의자 하나
녹번동, 옛 방직공장.
지붕은 녹이 슬고, 바닥엔 오래된 기름자국이 눌어붙어 있었다.
이제는 아무도 찾지 않는 곳. 봉철은 이 장소를 일부러 골랐다.
과거엔 조직 ‘정산’이 이뤄지던 곳이었고,
이문이 처음 ‘배신’을 시도했던 장소이기도 했다.
새벽 12시 정각, 외발 의자 하나가 창고 한가운데 놓여 있었다.
봉철은 그 위에 가죽 봉투를 던졌다.
안엔 과거 이문이 챙겼던 수익 중 일부를 추적한 서류, 위조된 투자자 명단, 녹취록 일부가 있었다.
“형, 이거 다 꺼내서 뭐하게. 감옥 가고 싶냐?”
강이문은 입은 웃고 있었지만, 눈은 떨리고 있었다.
봉철은 대꾸 없이 탁자 위에 하나 더 올렸다.
기록된 ‘경찰 내통자 명단’.
이문에게 붙은, 그리고 이문이 움직이는 ‘그들’의 이름이었다.
“내가 이걸 기자한테 넘기면 너만 다치는 게 아니다.”
“그럼 뭐 어쩌자고. 협상하자고? 이제 와서?”
봉철은 고개를 저었다.
“협상은 감옥 안에서 했어야지. 지금은 통보야.”
침묵.
그러다 봉철이 처음으로 손을 뻗었다.
가죽 봉투를 반쯤 닫으며 말했다.
“내가 이거 넘기지 않는 조건. 단 하나.”
이문은 숨을 삼켰다.
“뭔데.”
“너, 다신 청년 운운하지 마.
그 이름으로 돈 벌지 마. 행사하지 마.
그 재단, 내일 안으로 해산하고, 니 사업 계좌 내가 지정한 쪽으로 3억 보내.
딱 3억. 예전에 네가 나한테 떼먹은 만큼.”
“그걸 믿고?”
“믿음은 없는 사이야. 대신 이건 있어.
내가 널 죽이지 않겠다는 약속은, 내가 살아 있는 동안은 유효해.”
봉철은 그대로 뒤돌았다.
한 걸음, 두 걸음—그러다 멈췄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말했다.
“아, 맞다. 창고 CCTV… 없다고 생각했지?
형이 바뀐 세상 하나 가르쳐줄게.
요즘은, ‘없는 데서도’ 찍힌다.”
그 말과 함께, 어둠 속에서 렌즈 불빛 하나가 번쩍였다.
그 자리엔 카메라 하나가 천장 위에서 붉은 불을 내고 있었다.
강이문은 그제야 진짜로 깨달았다.
봉철은 아직도 기록하고 있었고,
그가 바깥으로 나왔다는 건 단지 ‘감옥’을 옮겼을 뿐이라는 걸.
외전 4화에서는 강이문이 봉철의 조건을 따르지만, 그 뒤로 음지에서 벌어지는 ‘이문 제거 시도’와, 그 속에서 봉철이 또다시 살아남는 이야기, 그리고 새로운 인물의 등장을 중심으로 전개될 예정임. 다음 화 계속 진행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