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갱스터 돈본철) 외전 4화. 등 뒤의 그림자

외전 4화. 등 뒤의 그림자
3억이 들어왔다.
봉철이 지정한 계좌로, 정확히 새벽 2시 17분.
예상보다 빠른 이체였다. 딱히 기분 나쁘게 빠르지도, 늦지도 않은 절묘한 타이밍.
그건 ‘더 이상 엮이고 싶지 않다’는 메시지였다.
그러나, 그로부터 이틀 뒤.
봉철의 휴대폰에 '공익신고 접수 안내' 문자가 도착했다.
자신의 주민번호로 무기 밀거래 연루 사실이 접수됐다는 내용.
‘이문 새끼…’
서류는 이문이 넘긴 게 분명했다.
과거 마약 운반에 쓰던 해외 유령법인 명의, 그걸 봉철의 개인정보로 대체한 것.
“적당히 넘어갈 놈이었으면 애초에 배신도 안 했지.”
봉철은 그대로 노트북을 켜고, 저장해둔 자료를 열었다.
하지만 이상했다.
정리해둔 계좌 흐름 도표 일부가 열리지 않았다.
암호화가 해제됐고, 내부 폴더엔 ‘NO FILE’이라는 글자만 남아 있었다.
“내 컴에 손댈 수 있는 놈은…”
그 순간, 한 이름이 떠올랐다.
유재훈.
감옥 안에서 봉철의 암호를 맡아주던 해커 출신 수감자.
출소한 지 1년, 봉철이 그를 아직 못 찾아갔다.
그 밤, 봉철은 재훈이 마지막으로 머물렀던 건대입구 근처 고시원을 찾았다.
좁은 복도, 누런 조명, 그리고 쥐약 냄새.
205호 문 앞에서 한참을 서 있다, 문을 두드리려는 찰나.
문이 먼저 열렸다.
그리고 그 안에서 나온 건—유재훈이 아니었다.
“누구시죠?”
봉철은 가만히 사람을 올려다봤다.
검정 반팔, 얇은 안경, 그리고 군인처럼 닦인 운동화.
그는 재훈이 아니었지만, 재훈을 아는 눈이었다.
“…재훈이, 지금 어딨냐.”
남자는 대답 대신, 봉투 하나를 꺼내 건넸다.
“이거, 그 형님 오시면 전해달랬어요.”
봉철은 봉투를 열었다.
안엔 사진 두 장.
자신이 며칠 전 갔던 녹번 창고의 CCTV 각도, 그리고
한 여자아이의 초등학교 등하굣길 사진.
그리고 그 밑에 딱 한 줄.
“형, 이문은 당신보다 한 수 위로 올라갔습니다.”
외전 5화에서는, 봉철이 이문이 배후에서 조직한 ‘인간 방패’와의 심리전, 그리고 유재훈의 배신의 이면을 추적해 들어가며, 감옥 밖에서 벌어지는 더 복잡한 권력의 질서를 헤쳐나가는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임. 계속 써드릴까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