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돈봉철) 돈봉철의 정체를 밝혀라

돈봉철 정체를 밝혀라
그는 누구인가
쇠창살 너머의 눈빛이었나
찢어진 수형표 아래
다 말하지 않은 이름 하나—
돈봉철
그를 본 자는 말이 없고
그를 모른다는 자는
왼쪽 어금니를 자꾸 문다
어디서 왔나
무엇을 묻었나
왜 아직 살아 있나
“정체를 밝혀라!”
누군가 외친다
그러나 봉철은
늘 반 걸음 느리게 돌아본다
정말 몰라서인가
아니면 알고도 모르는 척,
그게 그의 방식이었나
감방 네 칸 옆
칫솔 손잡이로 새긴 글자
‘裏切(배신)’
그 아래
아무도 해독하지 못한
문장 하나
“지금도 난 거기 있어.”
그는 누구인가
죄를 짓고 갇힌 자였나
죄 없는 자를 가둔 자였나
다만,
우리가 묻고 있는 그 이름
‘돈봉철’이
처음부터 그의 것이 아니었다면?
검은 운동화,
두 개의 번호,
세 개의 얼굴,
그리고 한 개의 이름
그가 사라진 자리엔
침묵만이 수감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