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 도봉철) 돈본철의 정체를 밝혀라 2

돈봉철?
밤 2시, 정수기 옆
비어 있는 종이컵 하나
누가 썼는지 모른다
다만 그 위엔
볼펜으로 적힌 이니셜 하나
D.B.C.
봉철은 누구였는가
다들 그를 봤다지만
그 얼굴을 말하는 이는 없다
눈썹이 짙었다는 자도 있고
아예 눈이 없었다는 자도 있다
어느 날은
서울지검 복도에서
어느 날은
속초 항구의 짐칸에서
다음 날은
네 꿈속에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그는 존재하지 않아”
"그는 악마다" "그는 AI야"
누군가는 분명 그렇게 말했다
그러나 누군가가 그의 이름을
아직도 속삭인다
돈봉철
돌아보는 순간,
너는 이미 그와 거래한 것이다
법에선 그의 죄를 찾지 못했고
언론은 그의 얼굴을 잃어버렸으며
기억은 그의 목소리를
다른 사람에게 씌워버렸다
그래서 우리는
그를 물을 수밖에 없다
돈봉철…?
정말, 그 이름이 맞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