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후 돈본철) 외전 2화. 보호관찰관과의 첫 만남

출소 첫 주 금요일 아침, 돈봉철은 검정 모자에 추리닝 바지를 걸친 채 부산진구 보호관찰소 앞에 서 있었음.
(출소후 그는 부산 자갈치파 칠성파 등의 스카웃 제의를 뿌리치고 이제 착하게 토토뷰에 살 마음을 먹고 부산 서면 반지하 원룸에 터를 잡았음)
사람들 눈을 피하듯 고개를 숙인 채 건물 안으로 들어섰고, 안내 데스크 여직원은 무표정하게 그를 3층으로 인도하였음.
3층 복도는 조용하였고, 한쪽 벽엔 ‘사회복귀를 응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나풀거렸음.
곧 문이 열리고, 40대 중반쯤 되어 보이는 남자가 나타났음.
검은 뿔테 안경에 회색 카디건을 입은 그는 조용히 손짓하며 말했다 함.
“돈봉철 씨죠? 이쪽으로 오세요.”
작은 방 안, 플라스틱 의자 두 개와 책상 하나.
서류 뭉치 위에 커피 자국이 묻어 있었고, 책상 위엔 출소자 사회복귀 점검표라는 파일이 놓여 있었음.
“몇 시에 일어납니까?”
“아침엔 뭐 하세요?”
“술은 끊었죠?”
“일은요? 아직 구한 건 없고?”
봉철은 짧게 대답했음.
“일찍 일어나요. 그냥 걸어요. 술은 안 먹어요. 일은… 아직요.”
보호관찰관은 그의 대답을 메모하며 고개를 끄덕였고,
끝내 “도움받고 싶으면 이야기하세요. 혼자 버티는 거 쉽지 않아요”라고 말하였음.
그 말에 봉철은 잠깐 고개를 들었으나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그의 눈동자엔 경계와 피로, 그리고 약간의 체념이 섞여 있었음.
방문을 나서며, 보호관찰관은 봉철의 등을 한 번 두드렸고
봉철은 그 손길에 잠시 주춤했으나, 곧 아무 일 없다는 듯 천천히 복도를 걸어 나왔음.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며 그는 생각했음.
“이 사람은… 나를 사람으로 대했네.”
지하철역으로 향하는 발걸음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그의 주머니 안에는 보호관찰관이 건넨 작은 명함 한 장이 들어 있었음.
앞면에는 이름, 직위, 전화번호.
뒷면에는 볼펜으로 쓴 짧은 메모가 적혀 있었음.
“도움이 필요할 땐, 머뭇거리지 말 것.”
다음 화는 "작업장 첫 출근" 혹은 "동네에서 만난 옛 인연" 중 어떤 방향으로 이어지길 원하는지 알려주시면 바로 이어서 집필하겠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