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소후 돈본철) 외전 3화. 작업장 첫 출근 ~ 외전 4화. 동네에서 만난 옛 인연

돈봉철은 출소 9일째 되는 날, 자활센터를 통해 연계된 한 재활용 분류 작업장에 첫 출근하게 되었음.
부산 사상구의 한 허름한 창고, 외벽에는 희미하게 ‘○○환경’이라 적혀 있었고, 입구 근처엔 낡은 냉장고와 플라스틱 박스들이 쌓여 있었음.
“신입이요?”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반장급 여성이 고무장갑을 끼며 물었고,
센터에서 보냈다고 말하자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함.
“봉투에 손만 대고, 말은 줄여. 쓸데없이 따지지 말고.”
작업장은 시끄러웠음.
캔, 병, 플라스틱이 분류되며 쏟아지고 깨지는 소리,
그리고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트로트 음악이 공간을 채웠음.
봉철은 낡은 장갑을 끼고 병을 분류하기 시작했음.
빈 병 사이엔 반쯤 남은 소주병이 섞여 있었고,
한 번은 병에서 새어나온 소주가 그의 팔에 닿았음.
순간, 무언가 울컥 치밀었음.
그러나 그는 조용히 숨을 삼킨 채 분류 작업을 이어갔음.
점심시간, 구석에서 싸온 김밥을 먹으며 주변을 살폈음.
다들 말이 없었고, 일부는 노숙 경력이 있는 듯한 외양이었음.
누구도 이름을 묻지 않았고, 누구도 지나간 삶을 말하지 않았음.
다만 그 안엔 암묵적인 합의가 있었음.
“과거는 따지지 않는다. 오늘 하루를 넘기면 그만이다.”
작업을 마치고 작업복을 벗던 순간, 반장이 물었음.
“전에 뭐 했어요?”
봉철은 잠시 머뭇하다가 대답했음.
“운전이었어요. 트럭.”
반장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함.
“여기선 그런 거 안 물어. 내일도 나올 거죠?”
봉철은 조용히 “예”라고 답하고 고개를 숙였음.
그날 밤, 집으로 돌아온 봉철은 손을 오래 씻었음.
소주 냄새가 아직 남아 있는 듯해서였음.
외전 4화. 동네에서 만난 옛 인연
출소 후 세 번째 주말, 봉철은 근처 시장에서 저녁 반찬거리를 사기 위해 나온 길이었음.
고등어 한 마리와 양배추, 두부 한 모를 사들고 돌아오려던 길목.
그때, 건너편에서 익숙한 실루엣 하나가 시야에 들어왔음.
짙은 밤색 파마머리에 푸른색 바람막이를 입은 여성.
그녀는 분식집 앞에서 어묵국물을 마시고 있었고,
봉철은 본능적으로 한 걸음 멈춰섰음.
그녀는 최은정이었음.
십여 년 전, 짧은 기간이었지만 봉철의 인생에서 가장 평온했던 시절을 함께했던 여인.
그가 술과 빚에 잠기기 전, 한때 결혼까지 이야기했으나 끝내 연락이 끊겼던 사람.
그 순간, 은정이 봉철을 발견했음.
둘은 약 5초간 서로를 바라봤고,
은정이 먼저 다가와 말을 걸었음.
“봉철씨… 맞죠?”
봉철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음.
“오래 됐네요. 잘… 지냈어요?”
“…살아있었죠.”
은정은 잠시 웃었고, 이어 어묵꼬치를 하나 건넸음.
“옛날에 내가 어묵 좋아한다고 하면, 맨날 육수만 훔쳐먹었잖아요.”
봉철은 잠깐 웃었음. 아주 짧게.
분식집 앞 플라스틱 의자에 둘이 앉았고,
서로의 지난 세월에 대해서는 묻지도, 대답하지도 않았음.
다만 은정이 가볍게 말했다 함.
“지금은 애 키워요. 남편은… 없고요.”
봉철은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음.
“전… 이제 그냥 분류작업해요. 재활용장.”
그 말에 은정은 조용히 말했다 함.
“그래도… 다행이에요. 살아 있네요, 진짜로.”
이윽고 그녀는 일어났고,
봉철의 손에 고등어가 든 비닐봉투를 보며 한 마디 덧붙였음.
“고등어는 이렇게 비린 거 사면 안 돼요. 다음엔 나랑 같이 시장 봐요.”
그녀는 인파 속으로 사라졌고,
봉철은 가만히 서서 그녀가 걸어가는 방향을 오래도록 바라보았음.
그날 밤, 그는 고등어를 굽지 않았음.
그 대신 냉장고에 넣고, 다음날을 기다렸음.
원하신다면 다음 화에서는 은정과의 재회 이후, 혹은 봉철의 작은 변화와 갈등을 다룰 수 있음.
계속 이어서 집필하길 원하시면 알려주시길 바람